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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의 역사/신천지썰

나의 신천지썰 [마지막편]

퇴사원 2022. 12. 1. 15:22


공개 글을 너무 오랜만에 쓴다. 블로그에 신천지 에피소드로 방문하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마무리를 어서 지어볼까 한다.

사실 나온 이야기는 별거 없고, 눈치 채서 연락 끊고 안 나갔다. 끈질기게 붙잡긴 했지만 별탈은 없었고 그 이후 연락이 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눈치를 채게 된 건, 마음 속에 계속되는 찝찝함이었다. 성경공부를 하는데 왜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떳떳하지 못해야 하는지(가족과 교회 사람들한테 성경공부한다고 말하고 칭찬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거짓말 치는 건 정말 성격상 맞지도 않았고 공부노트를 집에 가져오지도 못하고.. 학원 간판을 단 채 문화센터로 눈속임한 곳에서 공부를 하는 것도 그동안 미심쩍은 모든 것들이 문제삼아졌다.

결국 친오빠에게 조심스레 털어놨다. ‘나 성경공부를 다니고 있어’ 하니까 사색이 되는 오빠의 표정. 몇가지를 물어보더니 ‘그거 신천지잖아. 연락 끊고 나와.’ 단호히 말했다. 그래, 신천지 같다고 나도 마음 속으로 의심하고 있었어. 누군가 그리 단호하게 말해주니까 단순히 정리되었다.

그치만.. 나는 갸루상언니랑 친한데. 그리고 신천지를 나오면 그 언니나 관련 인물들과 관계가 끊기니 그건 아쉬운데.. 혹시나 신천지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확실한 증거를 잡을 수는 없을까? 망설이니 오빠는 또한번 단호히 말했다. 연락 끊고 나오라고.

결국 카톡을 보냈다. 담당 간사와 갸루상언니에게 이제 성경공부 못 다닐 것 같다고 죄송하다고. 끝까지 나쁘게 끝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사정이 생겨서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카톡과 전화로 즉각적인 반응이 왔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우리 그동안 만난 게 있는데~ 만나서 얘기하고 끝내야지 카톡으로 말하는 게 어딨냐고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타이르려고 했으나 내가 거절하자 그럼 너 성경책과 노트가 있으니 그것만 가져가라고 했다. 그것도 거절했다. 뭘 이제 와서 가져가래. 거기서 산 성경, 그쪽 공부 노트 이제 다 필요 없는데요. 전화를 계속 받지 읺았다. 차단했던 거 같다. 갸루언니는 차마 차단하진 않았던 것 같다. 우는 이모티콘을 남발하며, ’너 안 가면 나도 안 갈래.‘ 물귀신 작전을 시전. 언니 미안해요 답장 못할 거 같아요 하며 그 언니와도 연락이 끊겼던 거 같다.

생각보단 간단하게 끝나서 묘했다. 공부하던 곳이 바로 집근처이기도 했고 수요일 토요일인가 거기 예배가 있는 날은 모나미 패션을 한 청년들이 많았다. 그 중에 갸루상 언니도 있을까 씁쓸하게 바라보곤 했다. 어쩔 땐 엄마랑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날에 갸루상언니도 그 버스에 탄 적도 있다. 워낙 작은 동네라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이기도 했지만 꽤나 당혹스럽고 묘한 감정 속에 있었다. 그땐 엄마한테도 철저히 비밀이었을 때라.. 나중에 오빠한테만 슬쩍 말하니 오빠도 어이 없어서 웃더라. 

그렇게 총 3개월 동안의 대장정이 끝났다. 이후에 연락이 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내 마음에만 깊이 남았을 뿐... 이후 3~4년은 지독하게(?) 신천지 과몰입 상태로 지냈던 것 같다. 다시 교회로 돌아가 생활을 하면서도 '신천지가 이 안에 있다면?' 같은 생각이나, '이 말씀을 신천지는 이러이러하게 변형해서 가르치겠지?'같은 생각이 계속 났다.

그러다 고등학교 동창 친구가 의심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러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있었다. 모나미복장을 입고 다니는 걸 봤다, 자기네 교회 축제에 가자고 했다, 어떤 언니에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보고하고, 아침 일찍 그 언니와 매일 만난다 등..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다니던 교회 친구의 제보를 들으니 확실해졌다. 목회자가 가진 신천지 리스트에 그 친구 이름이 있었고, 교회친구 하나를 전도해 부모님 반대에 가출을 유도하는 둥..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많이 심란했고 어떻게 그 친구를 도울 수 있을까 고민했던 거 같다. 가족이 발벗고 나서야 벗어날 수 있는 정도라는데, 그 친구는 타지에서 자취하는 친구고, 나 혼자서는 힘에 부쳤다. 섣불리 움직였다가 더 상황이 악화될 수 있을 거 같아 사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한 거 없이 시간은 흘렀고 그 친구의 근황은 모른다. 졸업하고도 학교에 계속 머물며 가끔 어린 친구들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은 몇번 봤다. 

그러다가 나도 취직을 하고 바빠져서 그렇게 신천지에 대한 과몰입에서 빠져나오게 된 거 같다. 이제는 그저 전에 있던 옛날일이 되었다. 2013년 때의 일이긴 한데 내 경험담이 지금도 도움이 될 만한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내 블로그에서 가장 핫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신천지썰을 어쨌든 마무리지어보려 한다. 

어떤 이유로 들어오신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