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 서른의 워킹홀리데이

매복사랑니 발치 후기 (통증/기간/붓기/식사) 본문

소소한 정보/잡동사니

매복사랑니 발치 후기 (통증/기간/붓기/식사)

퇴사원 2020. 5. 18. 21:46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사랑니를 발치했다. 

 

1. 발치 이유

충치 치료하며 사랑니의 존재를 알게 됐다. 만나는 사람마다 사랑니 뽑아 본 적 있냐고 물은지 몇 년째. 불편한 건 없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빼겠지 싶었는데, 최근 1년 전부터 오른쪽 사랑니에 음식물이 끼기 시작했다. 어쩔 땐 양치를 해도 안 빠졌고, 틈새에서 불쾌한 냄새도 났다. 나중에 아프고 나서 빼면 통증이 더 심하다고 하니,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2. 사랑니 종류 : 완전매복 사랑니

 

사진에서 왼쪽 아래 사랑니를 발치했다.

 

 

완전 누워 있는 매복사랑니이다. 전에는 잇몸 안쪽에 숨어있던 것 같은데 점점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매복사랑니는 보통 뽑아주는 게 좋다고 한다. 틈새로 충치가 생길 수 있고, 누워 있기 때문에 어금니를 밀어서 치아에 부담이 가기 때문이다.

뽑는 김에 양쪽 다 뽑을까 했는데, 한쪽씩 발치하길 권유해서 오른쪽 아래의 사랑니를 발치하게 됐다. 이번에 사진 찍으면서 왼쪽 위 사랑니의 존재도 알게 됐는데, 다음엔 왼쪽 위아래로 두 개 뽑아야 할 지도 모른다.

 

3. 일반 치과 VS 대학병원

나는 일반치과에서 발치했다. 원래는 대학병원과 고민했다. 매복사랑니는 상황에 따라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대학병원에서 발치하는 게 좋다고 지인이 그랬다. 그래서 알아봤더니 대학병원은 일반 치과보다 가격이 비싸고(케바케지만 대략 10만원대) 대기 기간도 길다고 한다.(어떤 사람은 두 달 걸렸다고 한다.) 안 그래도 뽑기 싫은 사랑니인데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마음 있을 때 얼른 뽑을 치과를 알아봤다. 내가 간 치과는 의사가 구강외과전문의이고, 안 아프게 빨리 뽑아준다는 후기가 많았다. 특히 좋은 건 당일 발치가 가능한 점이었다. 오후 두 시 쯤 전화해보니 대기자 없으니 발치하러 바로 와도 된다고 했다. 

 

4. 발치 과정

접수-사진 찍기-마취-처방전 받아서 약 타오기-약 먹기-발치(체감 10분)-다음 날 소독하러 방문

치과에 도착하면 이 순서대로 발치가 진행된다. 대기하는 시간까지 포함하여 1시간 정도 걸렸다. 

이후에는 방문할 필요가 없으며 아플 때 오라고 했다. 반대쪽 사랑니는 언제 뽑는 게 좋을 지 물으니 발치한 쪽으로 씹는 게 불편하지 않을 때 오라고 하셨다. 한 한달 정도 후 갈 생각이다.

 

5. 비용

약값 5000원(6일치) + 발치 비용 35,600원 + 소독 3,400원 = 44,000원

그냥 저냥 적당한 가격인 것 같다. 

 

6. 통증

나는 전반적으로 심하지 않은 편이었다. 아래부터는 자세하게 적어보았다.

 

6-1 마취

마취는 충치 치료 하며 여러번 해봤는데 입천장만 아니면 괜찮은 것 같다. 아래 사랑니 근처로 총 세군데 마취를 했다. 뭔가 한번에 찌르는 게 아니라 푹푹 찔러본 다음 넣는 느낌이었다. 의사선생님이 아주 숙련되어 보였지만 거침 없어서 무섭기도 했다. 그치만 그냥 살짝 따끔한 느낌이라 괜찮다. 

마취가 충분히 될 동안, 약국에서 약을 미리 타온다. 소염제와 진통제를 처방해준다. 이 약에 대한 알레르기 여부를 물은 후, 부작용이 있을 시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명을 하라고 한다. 괜히 서명하라니 긴장.. 그리고 약을 한 봉지 먹는다. 마취가 깨고 아플까봐 미리 먹나보다.

 

6-2 발치

발치 전 이 사진을 보며 간단한 설명을 해준다. 왜 뽑아야 하냐면~ 블라블라. 나는 다행히 잇몸을 째지는 않았다. 기계로 갈고 부시고 갈고 부시고(?) 하는 방식으로 발치했다. 망치 같은 걸로 두드린다는 무시무시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나는 아닌 걸로. 어금니와 사랑니 사이에 뭔가를 끼워넣은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물이 나오고 츼이잉~ 소리가 나는 기계로 열심히 이를 간다. 의사선생님이 아프면 얘기하라고 하셨다. (마취를 했어도 뭔가가 닿는 느낌은 나고, 아주 살짝 시릴 수는 있다고 하셨다.) 이를 갈기 시작하면 오징어 타는 듯한 냄새가 난다. 왜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냄새가 난다. 이를 갈고나서 '분리 시도'?였나 이를 부수겠다는 얘길 해주신다. 그리고 어떤 막대로 꽉 찍어 누르듯이 힘을 주는데 그러면 이에서 미약하게 '틱'하는 느낌이 난다. 그럼 부서진 거다.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아픈 건 하나도 없다. 치과가 무서운 건 아픈 것보다 심리적인 공포심과 거부감 때문인 것 같다. 체감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별 생각이 다 든다. '생니를 뽑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몸은 얼마나 거부감을 느낄까.', '생니를 부시는 기분이 아주 별로다.', '하나님은 왜 사랑니를 만드셨을까.'와 같은.. 갈고 부시는 과정이 슬슬 적응될 때 쯤 이에 거즈를 물려주며 발치가 끝난다. 안타깝게 내 이는 보지 못 했다. 빼고나면 정신이 없다. 영혼 가출 상태로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나온다. 

 

6-3 발치한 날

집에 와서 아이스팩을 수건에 감싸 대고 좀 누웠다. 긴장하고, 몸이 경직되어 있던 터라 다시 릴렉스 해준 것. 마취 풀리기 전이라 이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저녁으로 죽을 먹고 양치를 하는데 입을 너무 벌려서 통증이 빡 왔다. 턱에 담이 걸린 느낌? 조심조심해야지 싶어 혀 닦는데 그 때 또 너무 벌려서 2차 통증.. 이제 곧 마취 풀리고 아프기 시작할까봐 약을 먹었다. 4시 반에 병원에서 먹고, 8시 쯤 먹음. 그 때쯤 마취도 풀렸다. 밤에 약발 떨어져서 아플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통증 없이 잘 잤다. 물려줬던 거즈는 한 시간 후 빼는데 피는 계속 나왔다. 밤새 났던 것 같다. (침과 피는 꼭 삼키라고 한다.)

 

얼마 전에 닭가슴살을 주문하고 버리지 않았던 아이스팩. 사랑니 발치를 위한 나름의 계획. 세 개를 돌려가면서 썼다.

 

6-4 발치 후 둘째날

약 먹은지 10시간 이상 지났는데 통증과 붓기가 거의 없었다. 잇몸을 째지 않아서 그런가. 둘쨋날이 통증과 붓기가 가장 심하다고 들었는데 다행이었다. 붓기도 입 안쪽은 부었지만 겉으로는 거의 표시가 안 났다. 입이 잘 안 벌려지는 것 빼고는 모두 괜찮았다. 피도 거의 멈춘 듯 하다. 아침으로 죽을 먹고 치과에 가서 소독을 했다. 아플까 걱정했는데 아무 느낌도 없었다. 빨간 약 묻은 솜으로 입안 전체 한 번 슥 닦고 끝. 너무 간단해서 놀람. 집에서 계속 아이스팩을 대고 쉬다가 늦은 점심으로 짜빠구리를 먹었다. 달걀도 두개 올려서. 잘 식혀서 발치한 쪽에 안 닿게 먹으면 괜찮다.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 매운 음식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다. 뽑은 부분을 자세히 보니까 입 안에 물집 난 것처럼 살이 누렇게 되어 있는데 발치 과정에 기계에 쓸린 것 같다. 째지 않고 뽑은 터라 난이도가 어려웠을 것 같아 이 정도는 건드릴 수 있겠구나 싶다. 며칠 지나면 금방 나을 작은 상처다.

 

블로그를 하고 싶은데 턱에는 대야 하고...! 참 어려웠다. 누워있는 게 제일 편함.

 

 

6-5 발치 후 셋째날

마찬가지로 통증은 거의 없고 입 벌리는 것만 살짝 불편하다. 죽을 먹는 게 부담이 없고 무를 씹어볼까 하다가 포기했다. 왠지 딱딱한 거 씹으면 피날 것 같았다. 그리고 처방받은 진통제가 나한테는 너무 독한 듯 하다. 속이 쓰리고 아팠다. 그래서 진통제는 빼고 소염제만 먹기 시작했다. 

 

붓기를 찍어보려고 한 건데 차이가 거의 없었다.

 

6-6 발치 후 일주일

입 벌리는 건 이제 괜찮다. 웬만한 음식도 다 먹을 수 있고 뽑은 쪽으로도 아주 살살 조금씩 씹을 수는 있다. 그치만 이가 빠진 텅 빈 부분에 음식이 많이 낀다. 칫솔질을 하기엔 민감하기 때문에 입가심을 세게 해서 빼줘야 한다. 의사선생님이 이쑤시개는 사용하면 안된다고 했다. 헬스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약을 다 안 먹고 시작해서인지 살짝 염증이 생기려 했다. 남은 소염제를 먹어주니 금방 가라 앉아서 남은 약도 다 먹었다. 

 

6-7 발치 후 3주차

음식은 거의 다 먹을 수 있고 입도 자유롭게 벌릴 수 있다. 빈 공간이 그래도 조금씩 채워지고 있지만 씹는 게 완전 편하지는 않다. 씹는 건 둘째치고 씹고나면 구멍에 음식이 너무 많이 껴서 불편하다. 작은 틈에 뭐가 그리 많이 들어가 있는지.. 계속 나온다..ㅜㅜ; 그래서 웬만하면 반대쪽으로만 씹는다. 더 오랜기간 텀을 두고 반대쪽 사랑니를 발치해야 할 듯 하다. 

 

7. 후기

생각보다 아프지 않고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사람마다 통증과 붓기의 정도가 다른데 나는 그리 예민한 편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어차피 빼야 하는 거였으니까 나름 상쾌하기도 하다. 전엔 몰랐던 양쪽으로 씹는 즐거움도 어서 찾고 싶다.

이상 사랑니 발치 후기 끝!